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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보고서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100%라고 봐도 사실상 무방합니다. 초기에는 구두로 협의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문서로 근기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팀장을 통해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대표이사에게 보고됩니다.

     

     

    팀장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보고서는 팀원들이 작성합니다. 팀장은 보고서의 방향을 정해주고,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대표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팀원들 입장에서 보면 팀장은 놀고 본인들이 일을 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직접 보고서를 쓰기 시작하면 그 팀은 업무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쓴 문구, 컨셉, 스토리라인에 감화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고서를 보면 짜증내는 팀장

     

    문제는 팀원들이 보고서를 써가면 팀장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짜증을 낸다는 겁니다. 이건 성격의 문제랑 상관이 없습니다. 성격이 더러운 팀장은 좀 더 직접적이고 거칠에 의사를 표현할 뿐이고, 착한 팀장은 에둘러 자신이 짜증났다는 사실을 표현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짜증을 내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오랜 시간 보고서를 작성하여 고생한 팀원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10시간 들여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팀장은 보고서 검토에 1분도 할애하지 않고 짜증을 내니까요. 게다가 팀장이 지적하는 문제들도 찬찬히 보고서를 읽어보면 그 안에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짜증부터 내는 거지요. 

     

     

    도대체 팀장들은 왜 이렇게 성급하고 짜증이 많을까요?

     

     

    8초의 법칙

     

    사실 참을성 없고 성급한 것은 팀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죠. 우리도 유튜브에서 새로운 영상을 볼 때 진득하니 끝까지 내용을 보지 않습니다. 잠깐 보다가 지루하거나 별거 없다 싶으면 바로 다른 영상으로 넘어갑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한가지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8초라고 합니다. 8초가 지나가면 집중력을 잃고 주의가 분산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 (8초의 집중력)"

     

     

    팀장은 팀원이 쓴 보고서를 받고 읽기 시작합니다. 1초, 2초, 3초, 4초, 5초, 6초, 7초, 8초, 끝. 아직 보고서가 하려고 하는 말을 모르겠습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부정확한 표현, 엉성한 양식 같은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여러번 반복했던 잔소리를 다시 시작합니다.

     

     

    팀장이 보고서만 보면 짜증내는 이유

     

    여러분은 언제 짜증이 나시나요? 유튜브를 보는 동안 짜증이 나시나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알고리즘이 지루한 영상을 추천해줬다고 해도 우리가 짜증이 나진 않습니다. 그저 다른 영상으로 빨리 넘어갈 뿐입니다. 본인이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에 사람은 짜증이 나지 않습니다. 짜증은 대안이 없거나 개선의 여지가 불확실할 때 일어납니다.

     

     

    팀장은 팀원이 가져온 보고서를 지루하다고 돌려보낼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팀원이 써온 '팀장이 보기에 거지같은' 보고서는 본인이 대표이사에서 보고해야 할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지루하고 불쾌하더라고 팀장은 이 보고서를 끝까지 읽고 피드백을 줘서 팀원이 보고서를 개선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팀장이 짜증이 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보통 팀원들이 작성한 자료에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보통의 사람이 한가지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8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여러분은 8초 이상 집중했던 기억이 없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입니다. 우리는 스토리에 8초보다 훨씬 긴 시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가 흥미롭다면 수십분, 혹은 몇 시간이고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에도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스토리라고 해서 아주 특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확실해야 하고, 해결방안이 명확하기만 하다면 팀장은 마치 소설을 읽듯 보고서를 집중해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스토리가 느껴진다면 폰트 사이즈나 줄간격, 잘못된 용어 같은 것들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라 크게 신경에 거슬리지도 않습니다. 대표이사에게 이 보고서를 가지고 보고할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심지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실 때 여러분이 작성해온 보고서를 좋으나 싫으나 꾸역꾸역 읽어야 하는 팀장의 입장을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고, 팀장이 집중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마련해 주신다면 더 이상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도, 팀장에게 보고하는 일도 어렵고 싫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