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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도 나이가 들면서 서로의 성격과 취향이 다른 것을 느낍니다. 어릴 적 항상 붙어 다니며 놀던 친구도 각자 자신의 개성을 찾아갑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습니다. 내 주변에 나와 참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 많은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자꾸 까먹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취미활동에서 나와는 다른 사람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각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개인의 사정에 따라 매우 큰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생활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잊는 순간, 회사생활은 팍팍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회사 내 빌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 상사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
회사 안에서는 보고를 받는 사람보다는 보고를 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보고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너무나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내용을 다듬고, 보강한 다음 1Page 보고서로 작성하여 상사에게 보고를 해봅니다. 하지만 상사는 영 심드렁합니다. 얼굴에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 불쾌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우리 상사는 매우 분석적인 사람입니다. 숫자를 잘 다루고, 항상 비율을 따집니다. 회사 앞 새로 생긴 음식점이 영업이 잘 된다고 하면, 그곳의 예상 매출액을 따져보고 홀에 서빙 인원이 몇 명 근무하고 있는지부터 세기 시작합니다. 이런저런 숫자로 현상이 표현돼야 그제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개념적인 사람입니다. 같은 음식점에서 밥을 먹지만 나는 이 곳의 컨셉과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상사가 돌아다니는 직원의 숫자로 세고 있을 때, 나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새로 생긴 음식점을 어떤 식으로 소개할지를 떠올려 봅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보고 있다고 해도 각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렇게 다릅니다. 내가 쓴 보고서에는 새롭게 런칭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서비스의 컨셉과 유효성에 대한 미사여구가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내 보고서를 받아 든 상사는 받자마자 숫자부터 찾아봅니다. 기대했던 숫자가 없자 이내 기분이 나빠집니다.
기린과 사랑에 빠진 사자가 소를 위해 아무리 최고급 고기를 갖다바쳐도 소에게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징그러운 살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소가 아무리 연하고 향기로운 풀을 한 소쿠리 가져다줘도 사자에겐 그저 별볼일 없는 풀떼기일 뿐입니다. (이솝우화 - 사자와 소의 사랑이야기)
조금이라도 평온한 회사생활을 위해서...
나의 상사가, 나의 팀원이, 나와는 다른 식으로 생각하고 느낀다는 점을 잊으면 회사생활은 고역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취미생활이라면 그러려니하고 그 사람을 멀리하면 되지만, 회사생활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내 상사고, 내 팀원입니다. 게다가 회사는 정해진 인원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입니다. 한 사람의 열외는 회사 입장에서는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득 없이 지출되는 결과와 같습니다.
각 사람은 생각을 할 때 자신만의 우선순위가 있다고 합니다. 숫자와 같은 분석적인 생각을 먼저하는 경우가 있고, 컨셉과 같은 언어적인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 있고, 상대방의 정서와 같은 감성적인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만, 분석적인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분석적인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석적인 생각의 욕구가 다 채워지면 그제야 언어적인 생각이나, 감성적인 생각, 혹은 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조금 시간이 있어야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다른 부분을 먼저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그 사람도 볼 수 있도록 약간의 시간을 들여 상대방을 설득해야 합니다.
보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내 보고를 받는 사람이 내가 쓴 보고서를 보고 무엇을 제일 먼저 물어보는지를 주의깊게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꼭 적어놓으세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마 한 번에 상사의 니즈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몇 번의 보고를 거치며 정보(상사가 제일 먼저 물어본 내용)가 누적되면 상사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상사가 어떤 생각을 가장 먼저 하는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부터는 비록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닐지라고 조금의 시간을 더 들여 상사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 상사는 내가 일을 배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인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