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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하는 일이 궁금한 어린 초등학생의 질문

     

    어릴 적 퇴근한 아버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빠, 도대체 회사에서 하루종일 뭐해요?"

     

    어린 초등학생의 당돌한 질문을 아버지는 어허허 웃으시며 얼버무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사무직이셨던 아버지가 '회사'라는 곳에 가서 뭘 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오셔서 피곤해하시니 뭔가 하기는 하시는거 같은데, 그 결과물이라는게 눈에 보이는게 아니다 보니 어린 눈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무직, 생산직, 영업직 비교

     

    나이가 들어 이제 제가 회사라는 곳에 다니게 되었습니다.어릴 적의 질문이 마음 한켠에 남아 때때로 스스로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간간이 던지곤 하였습니다. 여러번의 질문과 엉성한 답변이 오고가던 끝에 어느정도 제 마음에 흡족한 대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무직은 '회사의 의사결정을 돕는 일'을 합니다.

     

     

    위의 대답이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사무직이 아닌 업종, 즉 생산직과 영업직이 하는 일을 떠져보아야 합니다. 먼저 생산직은 간단합니다. 생산직은 '생산하는 일'을 합니다. 회사에 따라서 생산하는 물품은 다를 수 있습니다. 건물일 수도 있고, 제품일 수도 있고,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았을 땐 동일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생산직에 근무하셨다면, 아버지가 도대체 뭘 하고 다니시는지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생산직이 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영업직은 생산직보다는 조금 오묘합니다. 영업직은 생산직이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판매'라는 일이 과연 어떤 일일까요? 판매를 발생시키는 주체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판매는 고객이 일으킵니다. 결국 고객(개인일 수도 있고, 또다른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이 구매라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영업직이 하는 일입니다. 물론 이때 도와준다는 것은 고객이 '우리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의사 결정하는'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긴 합니다.

     

     

    생산직은 상품을 생산하고, 영업직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의사결정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합니다.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을 판다.' 이정도면 회사가 하는 일은 모두 설명이 된게 아닐까요? 아직 한가지 퍼즐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사무직들이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무직은 '회사가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판매할지 의사결정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합니다. 사람도 아닌 회사가 의사결정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회사가 의사결정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대표이사(CEO)가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CEO는 한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갖는 사람입니다. 사무직이 하는 일은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 일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풀이하자면, 어떤 사람을 데려와서(인사), 어떤 환경에서(총무), 어떤 상품을 만들어(R&D), 어떻게 판매할지 결정하고(마케팅), 그 결과를 평가하는(회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회사는 조직이라는 것을 갖추게 됩니다. 일의 범위에 따라서 부문과 팀을 만들고, 그 안에 사람들을  '임원', '팀장', '팀원' 등 직책별로 채워 넣습니다. 회사가 경영활동을 하며 품게되는 궁금증들은 '이슈'리는 이름으로 과제화되고, 사무직들은 이 이슈를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여러사람이 모여 일하는 만큼 이 모든 과정은 서류를 기반으로 작성되고 전달되고 보관됩니다.  

     

     

    일을 잘한다는 말의 의미

     

    생산직, 영업직, 사무직, 직종에 따라 일의 본질이 다르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일을 잘 한다'는 말은 직종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생산직은 품질 기준 이상의 상품을 정해진 기간 내에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는 효율성을 기반으로 평가 받습니다.

     

     ▪ 영업직은 얼마나 많은 고객이 어떤 가격에 몇개나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느냐는 효과성을 기반으로 평가받습니다.

     

     ▪ 사무직은 '네가 한 일이 회사 의사결정에 얼마자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느냐'라는 유용성을 기반으로 평가받습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은 계량화가 가능한 지표입니다. 반면, '유용성'은 개개인의 정성적인 판단에 상당히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사무직의 경우는 나와 함께 일다는 팀장, 임원을 누구를 만나느냐가 평가와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면 사람은 저마다 성격이 다르고 궁합 역시 다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