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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문장들은 비록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무궁무진한 의미들을 체득하게 되면 나날이 새로운 것을 계발할 수 있을 것이다." - 문심조룡(중국의 고대 문학이론서)
"머리로만 아는 것보다 실제 경험을 통한 체득이 더 중요하다."
체득와 이해의 차이
흔히 이전에는 모르거나 미숙했던 것을 완벽하게 익혔을 때, 이를 '체득'했다고 표현합니다. 시험 문제 푸는 것에 비유해본다면, 객관식 지문을 보고 답을 골라낼 수 있는 정도를 '머리로 안다'라고 말한다면, 그 질문에 대해 주관식으로 답할 뿐 아니라 A4용지 10장 정도로 논평까지 할 수 있다면 해당 지식을 체득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이 테니스 경기 관람하는 것을 좋아단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은 테니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테니스 경기를 많이 시청하였고, 다양한 기술에 대해서도 용어를 알 뿐 아니라, 선수들의 행동을 보면서 이를 구분해낼 수 있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막상 여러분이 테니스를 직접 치기로 마음을 먹고 코트 위에 서보면,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위와 같은 경험을 살면서 자주 합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아버지와 캐치볼을 할 때, 악기를 처음 다룰 때 등등. 남들이 하는 것을 보았을 땐 금방이라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잘 되지 않았던 경험 말입니다. 바로 우리가 아는 것이 몸에 체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체득의 의미
'체득(體得)'은 몸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체(體)'와 얻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득(得)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체(體)'는 몸으로 직접 경험한다는 체험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간단히 줄여말하자면 '체득(體得)'은 '몸으로 직접 경험하여 얻다'라는 의미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체득(體得)'의 뜻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1. 몸소 체험하여 알게 됨.
2. 뜻을 깊이 이해하여 실천으로써 본뜸.
몸소 체험하여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 중에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병인데, 이 과정에서 뇌세포가 죽게 됩니다. 뇌졸중을 앓으시면 안면마비나 좌반신 혹은 우반신 마비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우리의 뇌에서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의 뇌세포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뇌세포가 죽으면 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문제없던 일상적인 활동들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걷거나, 물건을 잡는 등의 아주 기초적인 행동들마저도 말입니다.
그런데 걷거나, 물건은 잡는 행동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할 수 있던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히게 된 행동들이죠. 수년에 거친 연습의 결과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득'된 행동입니다.
결국 체득이랑 우리 뇌가 익숙해져서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체득'은 몸으로 하는 행동에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닙니다.
영어를 공부하시는 많은 분들이 꿈꾸는 상태가 '직독직해'입니다. 말 그대로 영어로 쓰인 문장을 보면 한국어로 해석하지 않고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근데 이미 많은 분들은 직독직해를 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apple'이란 단어를 보면 이 것을 '사과'라고 변환한 다음에야 사과의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영어를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영어 공부를 해온 많은 성인 분들은 'apple'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바로 사과의 이미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apple'이란 단어와 사과 이미지의 연결이 '사과'라는 한국어 단어와 실제 사과 이미지와의 연결과 거의 동일한 수준까지 뇌에서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접하면서 '체득'된 겁니다.
이렇듯 '체득'되었다는 상태는 어떤 인풋에 대해 우리의 뇌가 정확한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해의 의미
반면 '머리로 안다'는 것은 다른 말로 '이해'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해(理解)'는 다스리다 혹은 이치라는 뜻으로도 사용되는 '이(理)'와 풀이하다 혹은 깨닫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되는 '해(解)'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사물을 다스리는 이치를 풀어서 깨닫다' 정도의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해(理解)'의 뜻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꺠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
3.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이해'는 경험을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새가 하늘을 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생물학자들이 스스로 하늘을 날아보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가 없지요. 대신 생물학자들은 새의 몸구조를 연구하고 날갯짓할 때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결과(비행)를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몸구조와 행동 하나하나를 잘게 쪼개서 관찰하고 가설을 세워가며 새가 하늘을 나는 원리를 머리로 이해합니다.
'체득'과 '이해'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모든 것을 '체득'하려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좁아듭니다. 우주로 비행체를 발사하는 방법은 '체득'을 통해 알 수는 없습니다. 반면, 모든 것을 경험 없이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그 지식은 공허해집니다.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했다면 이를 직접 쏘아 올려보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경험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