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에서 승진이란 옷장정리와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저는 가끔 옷장 정리를 합니다. 저희집 옷장이 3칸짜리인데, 처음엔 넓어 보이더니 공간이 하나둘 옷으로 채워지면서 더이상 새로운 옷을 넣을 수 없을만큼 가득 차있습니다. 주말에 날 잡고 옷장 안에 있는 옷을 하나하나 꺼내보면서 버릴 옷과 남길 옷을 분류합니다. 아쉽지만 앞으로 입을 일이 적거나 없는 옷과는 이만 이별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버릴 옷을 고르시나요? 옷 하나하나를 보면서 쓸모가 없는 옷을 골라내려고 하면 한개도 건지기가 어렵습니다.  쓸모가 아예 없는 옷은 거의 없거든요. 이 옷은 이렇게 매칭하면 입을 수 있고, 저 옷은 저렇게 코디하면 입기 좋습니다. 1도 쓸모가 없는 옷을 찾기란 오히려 너무 힘듭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옷들을 이렇게 껴안고 계속 지낼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새 옷을 넣을 공간이 없으니까요. 내키진 않지만 쓸모없는 옷을 골라내려는 마음을 접고, 정말 필요한 옷만을 남겨봅니다.

 

회사 생활에서 승진이란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승진하지는 못하죠. 승진하지 못한채로 연차만 쌓이게 되면 조직 내에서 점점 도태되다가 결국 자산의 자리를 잃게 되고 맙니다. 

 

 

회사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야 합니다. 간혹 정말 능력 없어 보이는 사람이 조직 내에서 계속 승진하면서 남보다 앞서가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줄을 잘 타서, 아부를 잘해서 등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 붙여 볼 수 있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어떤 한가지 일을 특출나게 잘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엇이던 간에요.

 

 

제 옷장 안에는 정말정말 검은 정장 하나가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잘 입지도 않는 옷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옷을 버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장례식이 있을 때 입어야 하는 옷이거든요. 1년에 한번 입을까 말까한 옷이더라도 정말 필요한 이유가 한가지라도 있다면, 그리고 반드시 그 옷을 입어야만 한다면, 그 옷을 버릴 수 없습니다.

 

 

회사에 필요한 역량

 

회사에서는 많은 일과 역할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보고서를 잘 쓰고, 누구는 엑셀을 잘 다루고, 누구는 법률 지식이 해박하고, 또 어떤 사람은 프레젠테이션을 잘 합니다. 지금까지 예로 든 일들이 '정파'에 속하는 역할이라면, 회사에는 '사파'에 속하는 일들 역시 있습니다. 누군가는 술을 엄청 잘 먹어서 거래처와의 회식에 빠질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어서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새로운 착상이 자주 떠오르게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노하우를 아끼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잘 전수해서 같이 일하는 팀원의 역량을 향상시킵니다. 이런 일들은 엎사 '정파'에 속하는 역할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팀장이나 가까운 동료들은 압니다. 그 사람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정파'든 '사파'든 회사 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회사 내에서 어떤 이슈가 있을 떄, 이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누구냐 라는 물음에 한번쯤은 자신이 거론될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구축해 놓아야 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분들은 십수년간 회사생활을 하고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분들입니다. 승진이 '옷장에서 버리지 않을 옷을 골라내는 일'이라면, 자신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적어도 한가지 영역에서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반드시 필요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공부해서 남보다 훨씬 뛰어나게 잘 다룰 수 있도록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기회에 남들이 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의 작은 인정 하나하나가 쌓여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특정 분야의 법률 등을 심도깊게 파악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도 좋습니다. 통계 프로그램 같이 다른 사람들이 잘 다루지 않는 프로그램을 배워서 업무에 접목시켜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신만의 영역을 쌓는 것은 정해진 단 하나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미 그 길은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 아니겠지요. 이미 모든 사람이 그 일을 잘 할테니까요